우리는 어떻게 가르칠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반면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습니다. '잘 가르치면 잘 배우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혹은 '학생들을 잘 배우게 하기 위해서 잘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업을 준비할 때, 학생들이 어떻게 배울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수업준비와는 사뭇 다른 방식입니다.
2022 개정교육과정의 중학교 수학의 첫 번째 성취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9수01-01] 소인수분해의 뜻을 알고, 자연수를 소인수분해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성취기준이 위와 유사한 형태로 쓰여 있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소인수분해의 뜻을 알게 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들을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PPT를 만들거나, 이해가 쉽게 되도록 설명을 구성하거나, 적절한 활동을 만들기도 합니다. 잘 가르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떠올리는 것은 선생님들에게 아주 익숙한 방법일 것입니다.
반면에 어떻게 학생들은 소인수분해의 뜻을 알게 될까요? 사실 '소인수분해의 뜻을 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요? '소수인 인수를 소인수라고 하고, 1보다 큰 자연수를 그 수의 소인수들만의 곱으로 나타내는 것을 소인수분해라고 한다.'라는 교과서의 정의를 암기하는 것일까요? 대부분 선생님들은 지식을 단순히 암기하는 것을 이해했다고 생각하시지 않을 겁니다. 무엇인가 이해하는 일은 일반적으로 단숨에 일어나는 법이 없습니다. 적절한 경험들의 누적으로 어느 순간 이해의 경지에 다다르게 됩니다. 이 적절한 경험들을 수업에서 학생들이 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수업 준비입니다.
만약 아주 단순한 개념이고, 그저 한 번 읽어보기만 하면 되는 내용이라면, 교사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읽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소인수분해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교과서의 저 정의를 여러번 읽는 것으로 성취되지 않습니다. 그럼 학생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학생이 무엇을 경험해야 학생들이 소인수분해를 이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까요?
이를 위해서는 교사는 여러 고민을 해보아야 합니다. '소인수분해는 무엇인가?', '소인수분해는 왜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가?', '소인수분해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소인수분해를 이해한 학생은 어떤 상태인가?', '이해에 도달하려면 학생들은 무엇을 경험해야 하는가?'
고민하는 선생님마다 서로 다른 답변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의견은 학생들에게 수학적 도구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것이 의미있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 소인수분해를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280,280의 모든 약수를 구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는 1부터 차례대로 280,280을 나누어 보며 나누어 지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아주 번거롭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도구가 필요함을 느낍니다. 여기에 적절한 활동을 구성하여 '소수'라는 개념을 스스로 구성하고, 소수로 수를 분해하여 표현하는 것이 강력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음을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학생들이 소인수분해를 이해하게 만드는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가능성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학습의 주체는 학생이기 때문입니다. 교사는 최대한 학생들이 성취할 수 있도록 높은 가능성을 가지는 경험들을 구성하여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성취하게 도와야 합니다.
기존의 교사가 잘 가르치는 것이 학생을 잘 배우게 만든다는 관점에서 학생이 잘 배우기 위해 필요한 경험을 교사가 구성해주는 관점으로 전환하여 수업을 준비해 보시길 바랍니다. 교과 지식 뿐만아니라 학생들에 대한 이해가 깊어짐은 물론, 앞의 A교사의 고민 처럼 학생들이 왜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었는지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학생들이 어떻게 배울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그래야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한 경험들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