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글로리’라는 송혜교 주연의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에 관련 영상들이 자연스럽게 추천되어 눈에 들어왔고, 몇 몇 드라마를 해석하는 영상을 보며, 같은 드라마를 보더라도 이렇게 깊이가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는 걸 느끼며 신기했습니다. 배우의 시선, 카메라의 각도, 장면의 전환, 숨은 복선, 그냥 지나칠 법한 대사 등 다양한 요소에 감독의 의도를 해석하는 모습을 보며, 수업에서도 수업자의 의도를 해석할 수 있는 눈을 나는 가지고 있는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선생님의 수업을 보고 그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큽니다. 수업을 잘 감상하기 위해서는 수업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사람 자체에 대한 이해가 아닌 선생님으로써 그 사람을 이해하면 충분합니다. 이 때, 수업을 함께 준비해 보는 것은 매우 효과적입니다.
여기서 수업의 준비는 Chapter1 의 방식을 따르는 것입니다. 수업을 공개할 차시가 아닌 영역(혹은 단원)을 선택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일부터 함께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경험들을 선정하고, 가장 효과적인 순서로 배치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전체적인 수업의 흐름을 설계하는 과정에 대한 대화에서 교사의 의도는 잘 드러납니다. 따라서 수업을 준비하면서 얻고자 했던 수업하는 선생님에 대한 이해는 이 과정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으며, 이 과정을 겪는 수업할 선생님 또한 스스로 성찰하며 성장하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 후 세부적인 수업의 설계는 수업할 선생님의 몫으로 남겨 좀 더 고민하여 수업 준비에 힘을 쏟을 수 있게 하면 됩니다.
아마 선생님께서는 지금껏 수업의 목표를 설정하거나, 전체적인 수업의 흐름을 설계하는 대화를 해보지 않았을 것입니다. 보통 개발된 수업 자료를 공유하고 간단한 피드백을 나누는 경험들이 일반적인 수업에 대한 협의 경험일 것입니다. 자료가 구체적일 수록 대화의 여지는 줄어들고, 자칫 잘잘못을 따지게 되는 대화로 흐를 위험이 있습니다. 반면 수업의 목표를 설계하는 일은 스스로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학생들의 경험을 선정하는 일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다양한 상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수업을 함께 준비하는 대화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만남을 갖기 전 준비할 영역만 미리 정하고 만남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크게 대화의 방법을 익히는 것과, 선택한 영역에 대한 이해를 갖는 것입니다.
대화의 방법
사람의 성장에는 어떠한 경험이 요구되고, 실제 그 경험이 진행될 가능성을 높이려면, 스스로 그 경험을 선택해야 합니다. 상대 선생님에게 자신의 방법을 가르치거나 강요해서는 쉽게 성장에 이를 수 없습니다. 우리의 역할은 스스로 특정 경험을 선택하게 하고, 그것을 실제로 행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도와주어야 합니다. 대화의 흐름을 우리가 주도하되 대화의 중심에는 상대 선생님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잘 듣고, 상대가 원하는 본질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이나 자신을 둘러싼 타인들에 대한 설명은 비교적 잘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나 그러한 감정을 촉발한 원인을 설명하는 것은 어려워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여기에 있습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상대의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이 발생한 원인을 찾는 것을 도와야 합니다. 이 때, 원인은 외부에서 찾아서는 안됩니다. 상대방의 내부에서, 상대방이 간절히 원하는 그 무언가를 발견해 주셔야 합니다. 우리는 잊고 있던 상대방의 꿈을, 목표를 밝혀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하며 수업 준비를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영역의 목표에 대한 대화
보통 수업의 소재가 왜 중요한지를 물으면 대부분 유용성의 측면에서 대답하거나, 소재의 학문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수업을 준비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학생들에게 자신의 수업을 받게 할 명분을 잃어 선생님 스스로 수업의 동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중학교만 되어도 배우는 대부분의 내용은 학생들의 직접적인 삶과 무관한 경우가 많고, 그 유용함이 실제로 필요한 학생들은 소수에 불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학생들에게는 자신들이 배우는 지식의 학문적 위치는 관심 대상일리 없습니다.
따라서 중심을 학생의 경험에 두고, 학생들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단원이기에 중요한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때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대부분 이러한 관점에서 수업하고자 하는 영역의 중요함을 생각한 경험이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반응으로 선생님의 생각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대화가 흘러갈 가능성이 큽니다.
B: 선생님은 소인수분해 단원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A: 소인수분해를 배우면 최대공약수나 최소공배수를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이렇게 대화가 종료되고 ‘단원의 목표를 잘 세웠으니 다음 이야기를 해볼까?’ 하고 넘어가시면 안됩니다.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추가적인 질문이 필요합니다. 다음의 몇 가지 전략들을 혼용해서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B: 그럼, 최대공약수나 최소공배수를 구하는 것은 왜 중요해요?
A: 흠… 최대공약수나 최소공배수가 활용될 만한 실생활 상황들이 존재하거든요.
B: 학생들이 실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보게 하는 경험이 중요한 건가요?
A: 네, 그런거 같아요. 학생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수학이 도움을 주는 도구가 되면 좋겠어요.
이렇게 중요한 것을 계속 묻다 보면 정말 원하는 것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자신이 처음에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는 걸 자각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B: 학생들이 실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보게 하는 경험이 중요한 건가요?
A: 그것도 중요하긴 한데, 최대공약수나 최소공배수는 사실 학생들에게 의미있게 다가올만한 자신들의 문제가 별로 없을 거 같아요… 그럼 뭘 중요하게 봐야할까요?
목표를 발견하는 것 만큼, 자신의 목표가 불분명했음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럴 때,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질문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2. 발언의 의미를 설명해 주기를 요청하기
대화의 처음으로 다시 이동해 보겠습니다.
B: 선생님은 소인수분해 단원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A: 소인수분해를 배우면 최대공약수나 최소공배수를 쉽게 구할 수 있어요.
B: 학생들이 최대공약수나 최소공배수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계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건가요?
A: 그런것도 있겠지만, 그것 보다는 소인수분해를 사용하면 최대공약수나 최소공배수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용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거예요. 그래서 그러한 상황을 맞이했을 때, 직접 약수나 배수들을 하나하나 구하는게 아니고, 소인수분해의 원리를 이용해서 ‘짠’ 하고 구하는 거죠.
대화는 기본적으로 함축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말에는 우리의 인생이 담겨 있습니다. 살아온 자취에 따라 동일한 말이더라도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따라서 상대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라 여기면, 이 마음이 상대방에게 전달되어 보다 진솔한 대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또한 말하는 사람은 습관처럼 말이 구사되어 자신의 말이 어떠한 의미가 더 내표되어 있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때, 어떤 의미인지 다시 설명해 주기를 부탁하거나,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해 주기를 부탁한다면, 자신의 말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제공될 것입니다. 이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대화의 범위가 넓어지지 않고, 깊어지는 대화가 되어야 합니다. 충분히 자신이 처음 표현한 말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해 볼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잘못된 질문으로 충분히 성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과정이 진행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충분히’는 언제일까요? 교사의 목표가 발견되어야 합니다. 앞의 대화에서는 ‘학생들이 소인수분해의 유용함을 인식하는 것.’, ‘학생들이 적재적소에 소인수분해를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좀 더 대화를 나누면서 목표를 보다 구체화시키거나, 한 두 가지 목표를 추가해 볼 수도 있습니다.
어느정도 목표가 정해지면, 이를 학생에게 필요한 경험으로 치환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A교사 스스로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A교사의 발언을 바탕으로 우리가 학생들에게 필요한 경험을 확인시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A: 그런것도 있겠지만, 그것 보다는 소인수분해를 사용하면 최대공약수나 최소공배수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용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거예요. 그래서 그러한 상황을 맞이했을 때, 직접 약수나 배수들을 하나하나 구하는게 아니고, 소인수분해의 원리를 이용해서 ‘짠’ 하고 구하는 거죠.
B: 그러시군요. 이제 선생님 말씀이 더 이해되고, 선생님이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걸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선생님 이야기 들어 보니, 선생님은 학생들이 ‘소인수분해 이거 정말 좋은 건데?’라는 생각을 하는 경험이 필요한거 같아요. 또, 학생들이 소인수분해라는 도구를 스스로 선택해 보게 하는 기회를 얻게 하거나, 혹은 반대로 소인수분해를 이용하지 않음으로써 학생들이 번거로움을 경험하여 소인수분해의 효과를 좀 더 극적으로 느끼게 만들고 싶으신거 같아요. 어떠세요?
이처럼 수업을 준비하기 위한 대화의 최종 목적지는 수업 중 학생들에게 필요한 경험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구현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가능성을 열어두되, 방향을 잃지 않고 목표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영역에 대한 이해
잠시 3가지 질문에 대한 내용에서 벗어나, 영역에 대한 사전 이해가 필요함을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앞선 대화는 수학과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도 충분히 가능한 대화였습니다. 하지만 B교사가 좀 더 해당 영역에 대한 이해가 깊은 교사라면 A교사에게 좀 더 풍부하게, 다양한 각도에서 성찰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습니다. 또한, A교사가 보다 목표를 바르게 설정하도록 이끄는 것도 가능합니다.
수학과 교육과정은 나선적 구조를 따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초등학교 5학년에서 이미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를 구하는 방법에 대해 학습했습니다. 이러한 사전 지식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의 내용을 대비시키며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중요한 지점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새롭게 등장하는 개념인 ‘소인수분해’와 ‘소수'에 대한 이해가 깊다면, A교사의 말 속에서 교사의 목표를 찾거나, 목표를 학생들의 행동으로 치환하는 데 수월해 집니다. 따라서 수업 친구를 만나러 가기 전 해당 영역에 대해 살펴보고, 공부해보고, 특히 미리 자신이 수업 교사라면 어떤 목표를 세우고, 학생들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시길 권합니다.
고민이나 어려움에 대한 대화
수업에 대한 고민이나 어려움에 대한 대화는 선생님의 목표를 탐색하기에 좋은 소재입니다. 고민이 생긴다거나, 실제 수업에서 어렵다고 느낀다는 것은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가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칫 불평, 불만을 늘어 놓는 대화로 흘러버릴 위험이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이러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 이 대화의 목적을 항상 생각하고 있어야 합니다. 수업의 고민과 어려움을 나누는 목적은 선생님의 목표를 찾아주는 일 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고민이나 어려움 속에서 목표를 발견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도와주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가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환경이나 타인을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업에서 고민이나 어려움도 마찬가지 입니다. 선생님들은 아마 이런 답변들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를 안해요.
수업시간에 돌아다니는 학생이 있어요.
가르쳐야 할 내용이 너무 많아요.
학생들 수준차이가 심해요.
학부모 민원이 너무 많아요.
우리 학교는 여유가 없어요.
기초학력이 너무 부족해요.
이처럼 대부분 학생, 교육과정 등 환경이 주체입니다. 간혹 환경 혹은 타인을 바꿀 수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굉장히 드물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 만큼 확실히 제어가능한 방법은 없습니다. 따라서 고민의 주체를 선생님 자신으로, 그리고 대화의 중심을 선생님이 간절히 원하는 목표로 변경해 주어야 합니다. 이 때, 감정의 징검다리를 건나가시면 좋습니다. 고민이나 어려움에서 바로 목표를 도출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합니다. 관련된 대화를 더 나누는 것이 좋은데, 이 때 다른 맥락으로 흘러가지 않고 현재의 고민에 더 머무르게 하기 좋은 방법이 감정을 물어보는 일입니다. 타인이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려주는 일은 자신을 회복시키는 힘을 갖고, 대화하는 현재 공간을 더욱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끼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감정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어떤 욕구의 충족여부의 결과입니다. 따라서 감정을 나누고 그 속에 숨은 욕구를 발견하는 것은 선생님의 목표를 발견하는데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B: 선생님 소인수분해 수업하면서 어떤 어려움이나 고민이 있으셨어요?
A: 학생들이 초등학교 때 방식으로 최대공약수나 최소공배수를 구할 순 있는거 같은데, 잘 모르는거 같아요.
B: 학생들이 잘 배운건지 확신이 안 드셔서 좀 찝찝하시나요?
A: 네, 맞아요. 제가 원한건 그냥 답을 구하게 만드는게 아니거든요. 학생들이 이해했으면 좋겠는데, 그냥 계산만 잘하는 거 같아요.
단순 계산 능력이 아닌 개념에 대한 이해를 원하는 선생님의 일차목표에 도달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목표를 찾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고,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도 못합니다. 우리의 최종목표의 주체는 언제나 학생에게 제공할 경험이어야 합니다. 교사의 일차목표와 그를 이루기 위한 학생의 수업 속 경험의 간극은 생각보다 멉니다. 때론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고민을 선생님이 마음속에 품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분명 선생님은 성장의 길에 올라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깊이를 더하는 질문들을 계속 해주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다른 길로 대화의 물줄기가 넓어지지 않게, 깊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A: 네, 맞아요. 제가 원한건 그냥 답을 구하게 만드는게 아니거든요. 학생들이 이해했으면 좋겠는데, 그냥 계산만 잘하는 거 같아요.
B: 마음대로 잘 안돼서 답답하시겠어요.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학생들이 소인수분해를 이해하게 되는 것은 무엇을 할 때 가능해지나요? 좀 어렵다면, 예를 들어 소인수분해 문제를 반복해서 많이 풀어서 잘 하게 되면 이해한 건 가요?
A: 흠… 글쎄요. 그렇게 되면 학생들은 아마 답은 잘 구할 거 같고, 때론 쓰다보니 이해되는 학생도 있을거 같긴한데요. 그걸 제가 원하는거 같진 않아요. 잘 모르겠는데요.
B: 그렇다면, 선생님은 어떤 학생들이 소인수분해를 이해했다고 생각하세요? 잘 이해한 학생들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죠?
A: 소인수분해를 왜 써야 하는지 아는 학생들이요. 수학에서 소수라는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왜 소수로 분해 하는지, 소수로 분해하면 어떤 장점이 있고, 이 장점을 활용하면 약수, 배수 등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거요.
B: 아…. 선생님 소수는 학생들이 이번에 처음 배우는 거 잖아요? 학생들이 약수나 배수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수들을 사용하는데, 도움이 되는 뭔가 특별한 수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게 필요한 걸까요? 그 특별한 수가 알고보니 소수였고, 소수는 정말로 유용하다는 것을 느끼고, 그렇기 때문에 소수는 정의하면 좋겠고, 정의를 내려보면 교과서의 정의와 유사하게 정의될 수 밖에 없음을 학생들이 자각하게 되는 경험. 뭐 이런 것들이 필요한거 아닐까요?
교사의 목표를 학생의 경험으로 상상해 내는 일은 많은 연습이 필요한 일입니다. 대화의 소재로 다루는 영역에 대한 이해도 요구되고, 학생의 배움에 관점에서 사고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한 번에 위의 B교사 처럼 학생들의 경험으로 바꾸어 제안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나, 지속적인 연습을 통해 노력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 과정에서 대화에 참여하는 모든 선생님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수업의 흐름 정하기
수업을 함께 준비하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학생들에게 제공할 경험들이 선정되면 경험의 적절한 배치가 필요합니다. 순서에 따라 학생들의 배움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으니 아주 중요한 작업입니다. 예를 들어, 수학 교과서에는 예제와 그와 동형의 문제 형태로 제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 예제를 칠판에 교사가 풀어주면 학생들은 그 방법을 그대로 답습하게 됩니다. 반대로 개념에 대한 학습이 된 학생에게 문제를 먼저 제시하고, 시도하게 한 후 예시문제를 통해서 풀이 방법에 대해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동일하게 예제 한 문항과 문제 한 문항을 해결하지만 그 순서에 따라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바는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처럼 선생님이 학생에게 기대하는 바가 충족되기 위한 흐름을 설계하는 것은 중요 합니다.
포스트잇 같은 도구를 이용해도 좋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마인드맵 프로그램을 자주 사용합니다. 마인드맵 프로그램은 여러 종류가 있어 쉽게 검색하여 사용하시면 되고, 참고로 저는 xmind 라는 프로그램을 이용중입니다. 앞서 나온 학생들의 경험들을 적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는게 선생님이 목표한 수업에 가장 적합한 방법인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여기까지 대화를 잘 이끌어 왔다면, 서로의 의견을 가감없이 나눌 수 있는 상태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기존의 아이디어들이 변경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게 최종적인 수업의 흐름을 작성하면 수업친구의 역할은 일단락 됩니다.
이제 수업할 선생님의 몫입니다. 실제 학습자료로 구현하는 일은 혼자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학습자료를 만들면서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사고실험이 진행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물론 함께 논의한 수업의 흐름과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수업자료를 개발하면서 변화된 자신의 생각들을 기록하여, 수업친구와 공유한다면 실제 수업을 함께 볼 준비가 끝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