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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쳐✨
/2023.09.11/일반

수업의과정 PART2. 수업의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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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감상하세요.

수업은 현대예술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미술관에 가면 뭐든 조심스럽습니다. 작품인지 일반 조형물인지, 때론 편의시설인지도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다리가 아파도 확신이 서지 않는 의자처럼 생긴 무언가(?)에는 다른 사람이 먼저 앉기 전에 앉을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마르셀 뒤샹은 1917년 직접 만들지도 않은 남성용 소변기를 그것도 가명으로 서명하여 뉴욕 그랜드 센트럴 갤러리의 앙데팡당전에 출품하기도 했습니다. 평범해 보이거나, 때론 흉측해 보이는 그 어떤 것도 어쩌면 예술품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니, 미술관에서는 내 느낌이나 작품에 대한 판단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아마 무언가 작가는 의도가 있었을 테고, 그 작가는 분명 저보다는 예술에 대한 전문성을 가졌을텐데, 아주 잠깐의 감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 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도 예술가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다른 선생님들에게 수업을 공개하는 수업은 마치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출품하는 예술가의 마음일 것입니다. 수업을 준비하면서 수 많은 고민을 하고, 자신의 수업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여, 자신의 최선의 선택을 수업에서 수행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수업하는 선생님의 이러한 과정을 알지 못하고 수업을 참관하게 됩니다. 

수업을 참관할 때,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예술가의 작품 전시회에 간 예술가 지망생의 마음으로 참여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아마 예술가 지망생은 각 작품들을 보면서 작가의 숨은 의도를 찾으려 노력하고, 작품의 배치순서, 작은 붓터치 하나, 조명, 심지어 실내 공기까지도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려고 할 것입니다. 절대 쉽게 자신의 시선에서 해석하거나 판단하지 못하게 됩니다. 뭔가 이상한 부분이 보일지라도, 왜 작가가 그러한 선택을 했을지에 대해 고민할 뿐, 비판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도 수업을 이러한 관점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수업 중 모든 행위는 수업자의 의도가 포함된 것임을 잊지 말고, 수업자는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이러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인지 끊임 없이 궁금해하며, 그 목표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도달되어가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업 감상을 잘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익혀 수업자의 성장을 돕는 수업친구가 되어주시길 기대합니다.


수업을 함께 준비하세요.

최근 ‘더글로리’라는 송혜교 주연의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에 관련 영상들이 자연스럽게 추천되어 눈에 들어왔고, 몇 몇 드라마를 해석하는 영상을 보며, 같은 드라마를 보더라도 이렇게 깊이가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는 걸 느끼며 신기했습니다.  배우의 시선, 카메라의 각도, 장면의 전환, 숨은 복선, 그냥 지나칠 법한 대사 등 다양한 요소에 감독의 의도를 해석하는 모습을 보며, 수업에서도 수업자의 의도를 해석할 수 있는 눈을 나는 가지고 있는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선생님의 수업을 보고 그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큽니다. 수업을 잘 감상하기 위해서는 수업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삶의 전부를 이해하고자 하진 않을 것입니다. 대신 선생님으로써 그 사람을 이하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이 때, 수업을 함께 준비해 보는 것은 매우 효과적입니다.

여기서 수업의 준비는 Part1 의 방식을 따르는 것을 뜻합니다. 수업을 공개할 차시가 아닌 영역(혹은 단원)을 선택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일부터 함께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목표가 이루어지기 위해 학생들에게 필요한 경험들을 선정하고, 가장 효과적인 순서로 배치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전체적인 수업의 흐름을 설계하는 과정에 대한 대화에서 교사의 의도는 잘 드러납니다. 따라서 수업을 준비하면서 얻고자 했던 수업하는 선생님(이하 수업자)에 대한 이해는 이 과정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으며, 이 과정을 겪는 수업할 선생님 또한 스스로 성찰하며 성장하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 후 세부적인 수업 설계는 수업자의 몫으로 남겨 좀 더 고민하여 수업 준비에 힘을 쏟을 수 있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구체화된 수업 자료를 함께 교사의 목표에 비추어 점검해보면 좋습니다.

아마 선생님께서는 지금껏 수업의 목표를 설정하거나, 전체적인 수업의 흐름을 설계하는 대화를 해보지 않았을 것입니다. 보통 개발된 수업 자료를 공유하고 간단한 피드백을 나누는 경험들이 일반적인 수업에 대한 협의 경험일 것입니다. 자료가 구체적일 수록 대화의 여지는 줄어들고, 자칫 잘잘못을 따지게 되는 대화로 흐를 위험이 있습니다. 반면 수업의 목표를 설계하는 일은 스스로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학생들의 경험을 선정하는 일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다양한 상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수업을 함께 준비하는 대화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만남을 갖기 전 준비할 영역만 미리 정하고 만남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크게 대화의 방법을 익히는 것과, 선택한 영역에 대한 이해를 갖는 것입니다.


대화의 방법

사람의 성장에는 어떠한 경험이 요구되고, 실제 그 경험이 진행될 가능성을 높이려면, 스스로 그 경험을 선택해야 합니다. 상대 선생님에게 자신의 방법을 가르치거나 강요해서는 쉽게 성장에 이를 수 없습니다. 우리의 역할은 스스로 특정 경험을 선택하게 하고, 그것을 실제로 행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도와주어야 합니다. 대화의 흐름을 우리가 주도하되 대화의 중심에는 상대 선생님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잘 듣고, 상대가 원하는 본질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이나 자신을 둘러싼 타인들에 대한 설명은 비교적 잘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나 그러한 감정을 촉발한 원인을 설명하는 일은 어려워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여기에 있습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상대의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이 발생한 원인을 찾는 것을 도와야 합니다. 이 때, 원인은 외부에서 찾아서는 안됩니다. 상대방의 내부에서, 상대방이 간절히 원하는 그 무언가를 발견해 주셔야 합니다. 우리는 잊고 있던 상대방의 꿈을, 목표를 밝혀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하며 수업 준비를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영역은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이 영역을 수업하는 데 어떤 고민을 가지고 계신가요?

실제로 수업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영역의 목표에 대한 대화

보통 수업의 소재가 왜 중요한지를 물으면 대부분 유용성의 측면에서 대답하거나, 소재가 학문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수업을 준비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학생들에게 자신의 수업을 받게 할 명분을 잃어 선생님 스스로 수업의 동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중학교만 되어도 배우는 대부분의 내용은 학생들의 직접적인 삶과 무관한 경우가 많고, 그 유용함이 실제로 필요한 학생들은 소수에 불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학생들에게는 자신들이 배우는 지식의 학문적 위치는 관심 대상일리 없습니다. 

따라서 중심을 학생의 경험에 두고, 학생들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단원이기에 중요한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때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대부분 이러한 관점에서 수업하고자 하는 영역의 중요함을 생각한 경험이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반응으로 선생님의 생각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대화가 흘러갈 가능성이 큽니다.

B: 선생님은 소인수분해 단원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A: 소인수분해를 배우면 최대공약수나 최소공배수를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이렇게 대화가 종료되고 ‘단원의 목표를 잘 세웠으니 다음 이야기를 해볼까?’ 하고 넘어가시면 안됩니다.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추가적인 질문이 필요합니다. 다음의 몇 가지 전략들을 혼용해서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을 계속 물어보기.

B: 그럼, 최대공약수나 최소공배수를 구하는 것은 왜 중요해요?

A: 흠… 최대공약수나 최소공배수가 활용될 만한 실생활 상황들이 존재하거든요.

B: 학생들이 실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보게 하는 경험이 중요한 건가요?

A: 네, 그런거 같아요. 학생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수학이 도움을 주는 도구가 되면 좋겠어요.


이렇게 중요한 것을 계속 묻다 보면 정말 원하는 것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자신이 처음에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는 걸 자각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B: 학생들이 실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보게 하는 경험이 중요한 건가요?

A: 그것도 중요하긴 한데, 최대공약수나 최소공배수는 사실 학생들에게 의미있게 다가올만한 자신들의 문제가 별로 없을 거 같아요…  그럼 뭘 중요하게 봐야할까요?


목표를 발견하는 것 만큼, 자신의 목표가 불분명했음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럴 때,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질문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2. 발언의 의미를 설명해 주기를 요청하기

대화의 처음으로 다시 이동해 보겠습니다.

B: 선생님은 소인수분해 단원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A: 소인수분해를 배우면 최대공약수나 최소공배수를  쉽게 구할 수 있어요.

B: 학생들이 최대공약수나 최소공배수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계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건가요?

A: 그런것도 있겠지만, 그것 보다는 소인수분해를 사용하면 최대공약수나 최소공배수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용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거예요. 그래서 그러한 상황을 맞이했을 때, 직접 약수나 배수들을 하나하나 구하는게 아니고, 소인수분해의 원리를 이용해서 ‘짠’ 하고 구하는 거죠.


대화는 기본적으로 함축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말에는 우리의 인생이 담겨 있습니다. 살아온 자취에 따라 동일한 말이더라도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따라서 상대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라 여기면, 이 마음이 상대방에게 전달되어 보다 진솔한 대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또한 말하는 사람은 습관처럼 말이 구사되어 자신의 말이 어떠한 의미가 더 내포되어 있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때,  어떤 의미인지 다시 설명해 주기를 부탁하거나,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해 주기를 부탁한다면, 자신의 말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제공될 것입니다. 이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대화의 범위가 넓어지지 않고, 깊어지는 대화가 되어야 합니다. 충분히 자신이 처음 표현한 말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해 볼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잘못된 질문으로 충분히 성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과정이 진행되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할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 화제를 전환하게 됩니다. 수업에 대해 이야기 할 때도 이런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는 나누지만 깊이 있게 고민하지 못한채 대화가 종료되곤 합니다. 이 때, 반영은 도움이 되는 말하기 기법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성찰할 수 있도록 돕고 싶으나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를때는 화제를 바꾸기보다 상대방의 말을 다시 반복해서 들려주면 됩니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면 됩니다. 이 기다림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기다림을 어려워 합니다. 상대방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나의 질문이 이상한건 아닌지 걱정이 들고, 부연설명을 하며, 이야기가 다시 다른 주제로 넘어가 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즉답을 미룬다는 것은 좋은 현상입니다. 상대방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겁니다. 이러한 생각할 시간을 부여하고자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오히려 쉬지 않고 대화가 오가는 것보다, 깊이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대화를 진행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합니다. 따라서 대화에서 침묵을 즐겨야 합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화제를 변경하지 않고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누어야 할까요? 대화의 첫 번째 목표는 '교사의 목표'를 찾는 일이고, 두 번째 목표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학생의 경험'을 구상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먼저 교사의 목표가 무엇인지 탐색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합니다. 앞의 대화에서는 ‘학생들이 소인수분해의 유용함을 인식하는 것.’, ‘학생들이 적재적소에 소인수분해를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좀 더 대화를 나누면서 목표를 보다 구체화시키거나, 한 두 가지 목표를 추가해 볼 수도 있습니다. 

어느정도 목표가 정해지면, 이를 학생에게 필요한 경험으로 치환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A교사 스스로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A교사의 발언을 바탕으로 우리가 학생들에게 필요한 경험을 확인시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A: 그런것도 있겠지만, 그것 보다는 소인수분해를 사용하면 최대공약수나 최소공배수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용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거예요. 그래서 그러한 상황을 맞이했을 때, 직접 약수나 배수들을 하나하나 구하는게 아니고, 소인수분해의 원리를 이용해서 ‘짠’ 하고 구하는 거죠.

B: 그러시군요. 이제 선생님 말씀이 더 이해되고, 선생님이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걸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선생님 이야기 들어 보니, 선생님은 학생들이 ‘소인수분해 이거 정말 좋은 건데?’라는 생각을 하는 경험이 필요한거 같아요. 또, 학생들이 소인수분해라는 도구를 스스로 선택해 보게 하는 기회를 얻게 하거나, 혹은 반대로 소인수분해를 이용하지 않음으로써 학생들이 번거로움을 경험하여 소인수분해의 효과를 좀 더 극적으로 느끼게 만들고 싶으신거 같아요. 어떠세요?


이처럼 수업을 준비하기 위한 대화의 최종 목적지는 수업 중 학생들에게 필요한 경험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구현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가능성을 열어두되, 방향을 잃지 않고 목표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영역에 대한 이해

잠시 3가지 질문에 대한 내용에서 벗어나, 영역에 대한 사전 이해가 필요함을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앞선 대화는 수학과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도 충분히 가능한 대화였습니다. 하지만 B교사가 좀 더 해당 영역에 대한 이해가 깊은 교사라면 A교사에게 좀 더 풍부하게, 다양한 각도에서 성찰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습니다. 또한, A교사가 보다 목표를 바르게 설정하도록 이끄는 것도 가능합니다. 

수학과 교육과정은 나선적 구조를 따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초등학교 5학년에서 이미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를 구하는 방법에 대해 학습했습니다. 이러한 사전 지식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의 내용을 대비시키며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중요한 지점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새롭게 등장하는 개념인 ‘소인수분해’와 ‘소수'에 대한 이해가 깊다면, A교사의 말 속에서 교사의 목표를 찾거나, 목표를 학생들의 행동으로 치환하는 데 수월해 집니다. 따라서 수업 친구를 만나러 가기 전 해당 영역에 대해 살펴보고, 공부해보고, 특히 미리 자신이 수업 교사라면 어떤 목표를 세우고, 학생들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면 좋습니다.


고민이나 어려움에 대한 대화

수업에 대한 고민이나 어려움에 대한 대화는 선생님의 목표를 탐색하기에 좋은 소재입니다. 고민이 생긴다거나, 실제 수업에서 어렵다고 느낀다는 것은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가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칫 불평, 불만을 늘어 놓는 대화로 흘러버릴 위험이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이러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 이 대화의 목적을 항상 생각하고 있어야 합니다. 수업의 고민과 어려움을 나누는 목적은 선생님의 목표를 찾아주는 일 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고민이나 어려움 속에서 목표를 발견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도와주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환경이나 타인을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업에서 고민이나 어려움도 마찬가지 입니다. 선생님들은 아마 이런 답변들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를 안해요.

수업시간에 돌아다니는 학생이 있어요.

가르쳐야 할 내용이 너무 많아요.

학생들 수준차이가 심해요.

학부모 민원이 너무 많아요.

우리 학교는 여유가 없어요.

기초학력이 너무 부족해요.


이처럼 대부분 학생, 교육과정 등 환경이 주체입니다. 간혹 환경 혹은 타인을 바꿀 수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굉장히 드물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 만큼 확실히 제어가능한 방법은 없습니다. 따라서 고민의 주체를 선생님 자신으로, 그리고 대화의 중심을 선생님이 간절히 원하는 목표로 변경해 주어야 합니다. 이 때, 감정의 징검다리를 건나가시면 좋습니다. 고민이나 어려움에서 바로 목표를 도출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합니다. 관련된 대화를 더 나누는 것이 좋은데, 이 때 다른 맥락으로 흘러가지 않고 현재의 고민에 더 머무르게 하기 좋은 방법이 감정을 물어보는 일입니다. 타인이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려주는 일은 자신을 회복시키는 힘을 갖고, 대화하는 현재 공간을 더욱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끼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감정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어떤 욕구의 충족여부의 결과입니다. 따라서 감정을 나누고 그 속에 숨은 욕구를 발견하는 것은 선생님의 목표를 발견하는데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B: 선생님 소인수분해 수업하면서 어떤 어려움이나 고민이 있으셨어요?

A: 학생들이 초등학교 때 방식으로 최대공약수나 최소공배수를 구할 순 있는거 같은데, 잘 모르는거 같아요.

B: 학생들이 잘 배운건지 확신이 안 드셔서 좀 찝찝하시나요?

A: 네, 맞아요. 제가 원한건 그냥 답을 구하게 만드는게 아니거든요. 학생들이 이해했으면 좋겠는데, 그냥 계산만 잘하는 거 같아요.


단순 계산 능력이 아닌 개념에 대한 이해를 원하는 선생님의 목표에 도달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는 다소 추상적이라, 실제 교사의 성장을 위한 도움을 주기 어렵습니다. 실제 수업의 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목표를 달성하게 만드는 '학생에게 제공할 경험'입니다. 

교사의 목표와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학생의 수업 속 경험과의 간극은 생각보다 큽니다. 때론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고민을 선생님이 마음속에 품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분명 선생님은 성장의 길에 올라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깊이를 더하는 질문들을 계속 해주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다른 길로 대화의 물줄기가 넓어지지 않게, 깊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A: 네, 맞아요. 제가 원한건 그냥 답을 구하게 만드는게 아니거든요. 학생들이 이해했으면 좋겠는데, 그냥 계산만 잘하는 거 같아요.

B: 마음대로 잘 안돼서 답답하시겠어요.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학생들이 소인수분해를 이해하게 되는 것은 무엇을 할 때 가능해지나요? 좀 어렵다면, 예를 들어 소인수분해 문제를 반복해서 많이 풀어서 잘 하게 되면 이해한 건 가요?

A: 흠… 글쎄요. 그렇게 되면 학생들은 아마 답은 잘 구할 거 같고, 때론 자주 사용하다보니 이해되는 학생도 있을거 같긴한데요. 그걸 제가 원하는거 같진 않아요. 잘 모르겠는데요.

B: 그렇다면, 선생님은 어떤 학생들이 소인수분해를 이해했다고 생각하세요? 잘 이해한 학생들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죠?

A: 소인수분해를 왜 써야 하는지 아는 학생들이요. 수학에서 소수라는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왜 소수로 분해 하는지, 소수로 분해하면 어떤 장점이 있고, 이 장점을 활용하면 약수, 배수 등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거요.

B: 아…. 선생님 소수는 학생들이 이번에 처음 배우는 거 잖아요? 학생들이 약수나 배수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수들을 사용하는데, 도움이 되는 뭔가 특별한 수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게 필요한 걸까요? 그 특별한 수가 알고보니 소수였고, 소수는 정말로 유용하다는 것을 느끼고, 그렇기 때문에 소수는 정의하면 좋겠고, 정의를 내려보면 교과서의 정의와 유사하게 정의될 수 밖에 없음을 학생들이 자각하게 되는 경험. 뭐 이런 것들이 필요한거 아닐까요?


대화를 통해 학생에게 필요한 경험을 다음과 같이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1. 약수나 배수를 구하는 데 특별히 도움이 되는 수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 경험

2. 특별한 기능을 가진 수를 정의해 보는 경험

3. 나의 정의가 수학자의 정의와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경험


이렇게 경험이 찾아진다면, 이러한 경험이 구현 가능한 수업을 설계하면 됩니다. 그렇게 설계된 수업은 교사의 목표를 이루기에 적합한 수업일 것입니다.

하지만 교사의 목표를 학생의 경험으로 상상해 내는 일은 어렵습니다. 따라서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대화의 소재로 다루는 영역에 대한 이해도 요구되고, 학생의 배움에 관점에서 사고하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한 번에 위의 B교사 처럼 학생들의 경험으로 바꾸어 제안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나, 지속적인 연습을 통해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연습과정 자체는 참여하는 모든 선생님들의 성장과정입니다.


수업의 흐름 정하기

수업을 함께 준비하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학생들에게 제공할 경험들이 선정되면 경험의 적절한 배치가 필요합니다. 순서에 따라 학생들의 배움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으니 아주 중요한 작업입니다. 예를 들어, 수학 교과서에는 예제와 그와 동형의 문제를 차례대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 예제를 칠판에 교사가 풀어주면 학생들은 그 방법을 그대로 답습하게 됩니다. 이는 학생들에게는 모방하여 답을 구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반대로 개념에 대한 학습이 된 학생에게 문제를 먼저 제시하고, 시도하게 한 후 예시문제를 통해서 풀이 방법에 대해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학생들에게 개념의 학습 이유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을 가지게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동일하게 예제 한 문항과 문제 한 문항을 해결하지만 그 순서에 따라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바는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처럼 선생님이 학생에게 기대하는 바가 충족되기 위한 흐름을 설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포스트잇 같은 도구를 이용해도 좋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마인드맵 프로그램을 자주 사용합니다. 마인드맵 프로그램은 여러 종류가 있어 쉽게 검색하여 사용하면 되고, 참고로 저는 xmind 라는 프로그램을 이용중입니다. 앞서 나온 학생들의 경험들을 적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는게 선생님이 목표한 수업에 가장 적합한 방법인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여기까지 대화를 잘 이끌어 왔다면, 서로의 의견을 가감없이 나눌 수 있는 상태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기존의 아이디어들이 변경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게 최종적인 수업의 흐름을 작성하면 수업친구의 역할은 일단락 됩니다.

이제 수업할 선생님의 몫입니다. 실제 학습자료로 구현하는 일은 혼자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학습자료를 만들면서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사고실험이 진행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물론 함께 논의한 수업의 흐름과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수업자료를 개발하면서 변화된 자신의 생각들을 기록하여, 수업친구와 공유한다면 실제 수업을 함께 볼 준비가 끝납니다.


참관에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수업을 공개하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내가 아주 훌륭한 수업을 제작해서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싶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사실 수업의 준비를 함께 하거나, 참관을 위한 준비 시간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참관하러 온 선생님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뽐내면 충분합니다. 반면, 앞서 정의한 좋은 수업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업 공개라면, 교사의 성장을 돕기 위해 참관하는 선생님들도 역할을 해 주어야만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수업을 볼 때는 수업자의 시선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의 기준에서 판단하는 것이 아닌 수업자의 입장에서 해석해야 합니다. 참관하는 모든 선생님의 잣대에 수업자의 수업을 가져다 댄다면, 그 어떤 잣대도 만족스럽지 못할 것입니다. 자신의 잣대를 내려놓고 수업자의 잣대를 잠시 빌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업을 공개하기 전 수업자의 수업에 대한 생각을 공유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참관하는 선생님이 모두 수업을 함께 준비했다면 이 과정은 생략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수업을 준비하면서 했던 생각들을 나눔으로써, 수업자의 수업의 목표와 수업을 설계한 의도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유된 수업자의 시선에서 수업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선생님 마다 동일한 영역에 대한 수업이더라도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직 수업자의 목표가 어떻게 수업에서 반영되는지, 혹은 실패하는지 살펴야 합니다. 수업을 공개하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수업자는 자신이 설계한 수업의 목표와 실제 수업 현장에서의 괴리를 좁혀나가는 연습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훈련을 통해 수업자는 점점 자신이 목표하는 수업을 현실로 구현해 내는 역량이 키워질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관하는 선생님들은 수업자의 시선으로 수업을 세심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참관록 및 사용방법

관찰을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은 양식의 참관록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앞의 3열은 미리 작성해두고 참관하는 선생님들은 4,5열의 내용을 수업을 보면서 작성하면 됩니다. 위 참관록은 수업자가 미리 작성하거나, 수업을 함께 준비한 선생님이 작성해주셔도 좋습니다. 이렇게 작성된 참관록은 수업 전 교사의 수업의도를 설명하고 참관하는 선생님들에게 수업자의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데 유용합니다. 

교사의 목표는 수업자의 수업에 대한 목표도 포함하여 적습니다. 해당 수업의 내용적 측면하고는 크게 상관 없더라도, 예를 들어 ‘학생들의 배움의 즐거움을 회복하게 하는 것’과 같이 자신의 교육목표를 적고, 그를 위해 오늘의 수업에서 진행하게 될 노력과 오늘 수업에서 학생들이 하기를 바라는 경험을 작성합니다. 그리고 교과에 대한 목표도 적습니다. 해당 교과가 가지는 목표를 수업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 및 학생에게 요구되는 경험은 무엇인지도 작성합니다. 그리고 오늘 수업과 관련된 목표들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작성하고, 이외에 교사가 설정한 목표가 존재한다면 추가해서 작성해도 좋습니다. 이 흐름대로 작성되었다면 이 내용을 참관하려는 선생님들과 함께 공유하면 참관하는 선생님도 수업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고 수업을 바라볼 준비가 어느 정도는 진행될 수 있습니다.


참관록 작성 예시

처음 작성시 어려울 수도 있어 앞의 3열에 대해서 몇 가지 예시를 작성하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수업을 눈으로 찍으세요.

이제 참관록을 가지고 교실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참관록을 보며 설명 들었듯이 교사의 시선으로 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될까요? 아마 그렇지 못할 것입니다. 매 순간 사람들은 판단합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보다 감각을 통해서 들어온 정보들은 자동으로 재해석되어 버립니다. 잠시 스마트폰을 들어 유튜브를 켜서 ‘The Guardian's 1986 'Points of view' advert’ 를 검색해 보세요. 30초의 아주 짧은 영상입니다. 짧지만 우리는 매 순간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 영상을 보면서 ‘남자가 뛰어가자 상대 남자가 뒤를 돌아보았고, 뛰어간 남자가 그 가방을 잡았구나.’라고 생각하신 분은 없으실 겁니다. 자동으로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한 후 받아들입니다. 따라서 우선 자신의 해석을 배제하고 수업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가 본 수업을 수업자의 시선에서 해석하고 평가해 볼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쉬운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영상으로 녹화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크기가 큰 타이머를 하나 준비하고, 카메라 프레임안에 타이머가 존재하면서, 참관 선생님들도 쉽게 타이머를 확인할 수 있게 세팅하여, 타이머의 시간을 참관록에 기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업 후 협의회에서 해당 장면을 함께 보며 대화를 나눠볼 수 있습니다. 

수업 속 교사의 모든 행동은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참관 선생님의 각자의 시선에서 해석하게 된다면 수업자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여기며 위축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성을 제거하고자 최대한 객관적으로 수업 장면을 기록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녹화는 좋은 방법이지만 한정된 시간에 협의회가 진행되는 학교 상황에서 녹화본을 함께 보는 시간을 확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처음에는 잘 되지 않더라도, 연습이라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수업 속 장면을 눈으로 찍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증거를 수집하세요.

수업을 공개하는 것은 보통 선생님들에게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입니다. 수업을 공개하는 행위 자체가 부담이라면, 이 후 내 수업에 대한 협의회(혹은 간단한 피드백)는 공포에 가깝습니다. 수업장학이나 컨설팅 등의 형태에 익숙한 나머지 참관하는 선생님들은 무언가 조언을 해주려 합니다. 혹은 이런 분위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아는 선생님들은 수업자에게 형식적인 칭찬들만 들려줍니다. 이 두 가지 대화 방식은 모두 수업자에게 별반 도움이 되질 못합니다.

수업 후 참관 선생님의 발언이 수업자에게 전달이 되려면 대화가 가능한 관계가 되어야 하고, 발언의 내용이 수업자에게 납득할 만 해야합니다.

어떻게 대화가 가능한 관계가 가능할까요? 이는 수업자의 마음가짐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날 수 있습니다. 수업자가 수업 공개를 자신의 성장과정으로 삼기를 원하고, 자진하여 수업을 열었다면 참관하는 선생님들은 이미 대화가 가능한 관계에서 출발하는 겁니다. 이 경우 이 관계를 훼손시키지만 않으면 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은 수업 공개는 원했지만 참관하는 대상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땐 더욱더 사전에 수업을 함께 준비하며 고민을 나눴던 친구가 필요합니다. 적절히 참관하는 선생님들의 말을 번역해주고, 때론 수업자 선생님을 보호해 주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협의회의 주인공은 수업자 선생이 때문입니다. 이 선생님의 성장을 위해 우리가 함께 모인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상처가 아닌 성장의 계기를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수업 나눔을 위해 개개인의 관계를 다시 재정립하자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행히도 수업공개라는 상황이 주는 맥락적 힘이 있습니다. 오늘 대화의 주인공의 입장에서, 그리고 참관하는 것 역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니 만큼 평소보다 수업자 선생님은 대화 가능한 관계의 범위가 넓어질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참관자의 발언이 수업자에게 납득할 만하고 그로 인해 스스로 성찰하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대화를 나누기 충분한 관계가 형성되게 됩니다.

따라서 어떻게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가 중요해 집니다. 수업 나눔을 진행해보면 선생님들이 자신이 수업에 대해 해석한 결과를 주로 이야기 한다는 것을 경험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표현입니다.

오늘 수업은 이러이러한 점이 좋았어요.

오늘 수업은 이러이러한 점이 아쉬웠어요.

오늘 수업에서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거 같아요.


와 같은 표현들을 주로 사용합니다. 앞에 ‘수업을 공개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수식어와 함께 말이죠. 그럼 저는 선생님들에게 다시 물어보곤 합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진 좋았던 점(아쉬웠던 점)을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질문은 받은 선생님은 다시 두리뭉실하게 답변합니다. 그럼 다시 한 번 물어봅니다. 

혹시 뒷받침 할 만한 수업자나 학생들의 발언이나 기록 같은 것이 있었나요?


대부분 명쾌하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대부분 수업을 참관하면 교실의 맨 뒤에 앉아서 수업을 받는 학생처럼 열심히 수업을 듣습니다. 수업 중 교사의 발언에 학생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는 것이 아니고, 그 발언을 들은 참관 교사 자신의 반응을 기억합니다. 학생들이 구체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며 소통하는지 귀 기울이기 보다는 전체적인 학급의 분위기만을 멀리서 지켜봅니다.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수업에 잘 참여하는게 인상적이었어요.’ 라는 참관교사의 평가는 뒤에 앉아서 보니 선생님이 과제를 제시하니 뭔가를 하는 것 같으면 할 수 있는 발언인 것입니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이야기 나누는 행위 자체 보다, 그 대화의 질이 중요합니다. 실제 대화를 들어야 교사의 의도대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검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세히 보아야 합니다. 수업자는 미리 학생들에게 참관하러 오는 선생님들이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음을 이야기 해 놓고, 수업자의 동선에 방해되지 않고, 학생들의 학습에 간섭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가까이에서 관찰해야 합니다. 

우리가 수업에 들고간 참관록을 다시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수업자는 자신의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해 최종적으로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경험이 있습니다. 참관하는 선생님들에게는 이러한 경험들이 실제 일어나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참관할 때 수업을 받는 학생 입장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학생들을 면밀히 관찰해야 합니다. 모든 학생을 관찰하는건 불가능 합니다. 한 명의 참관교사는 2~3명, 혹은 한 모둠 정도만 주의깊게 관찰하면 충분합니다. 따라서 수업 참관을 준비할 때, 학생들의 좌석배치표와 함께 관찰학생들을 미리 지정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준비가 되었다면 관찰 대상 학생들과 교사의 상호작용, 활동중에는 학생들간의 상호작용을 자세히 관찰합니다. 그리고 증거를 찾아야 합니다. 참관록에 적힌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경험이 진행되었다는 증거, 혹은 기대하는 경험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아야 합니다. 이 증거들은 사실에 입각해야 합니다. 자의적 판단이 아닌 수업 속 장면에서 실제 일어난 일들을 기록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증거는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경험의 진행 여부, 혹은 교사의 목표 실현 여부를 판단하기에 적합한 장면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장면들을 모으고 기록하는 일이 수업참관에서 해야할 핵심입니다.

이 때, 수업자 혹은 수업자가 제시한 학습상황이 학생들의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사가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은 자신의 수업 진행에 사용한 언행과 학생들에게 제시하는 학습 자료입니다. 하지만 수업에는 제어 불가능한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아침에 엄마에게 크게 혼이 나고 학교에 왔습니다. 그래서 기대하던 학습 경험이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개인적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참관하는 선생님에게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수업자의 언행과 학생들의 반응의 상호작용을 주의 깊게 본다면  수업자의 특정 언행이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경험의 가능성을 높이거나 줄인다고 가정할만 한 게 보입니다. 또한 학습 자료를 대하는 학생들의 모습들을 관찰하면 학습 자료의 어떤 부분이 학생들의 참여에 기여하는지, 그렇지 못한지 추측해 볼 수 있게 됩니다.

수업을 참관하며 수업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가정과 추측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지점을 대화로 잘 나눌 수 있다면, 수업자에게 성장의 계기가 됩니다. 증거를 최대한 모으고, 그러한 증거를 통해 수업자가 납득할만한 가정과 추측들을 찾는 시도를 시작하게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증거를 찾는 법

수업 참관에서 우리의 주 관찰대상은 학생입니다. 학생을 관찰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으려면 교사의 언행은 귀에게만 맡겨야 합니다. 귀로 듣고, 눈으로는 학생을 관찰하고, 교사의 모습은 상당 부분 상상에 맡겨야 합니다. 이렇게까지 학생을 보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자연스럽게 시선이 교사에게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보통 수업의 주인공은 교사처럼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교실에서 교사는 가장 많은 대사를 가지고, 돋보이는 위치에 선 주연배우처럼 보이며,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몇 몇 조연 학생들과 다수의 엑스트라들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주인공으로 향하는 우리의 시선을 의식적으로 붙잡아 주어야 합니다. 주인공은 맡은 역할이 많아,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동안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합니다. 수업 중 특정 학생과 대화를 나누면 나머지 모든 학생에 대한 주의는 거의 기울이지 못합니다. 수업한 교사는 수업의 아주 일부, 자신이 경험한 것중에서도 일부만을 알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미리 정해진 소수의 학생만을 관찰하는 참관교사는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를 보고 이를 수업자에게 알려줄 수 있는 중요한 사람 입니다. 

실제 수업자는 자신의 모습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때론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목표를 이루기를 방해되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참여하고, 실수를 통해 배움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발표도 자주 시키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발표할 학생을 선정할 때, ‘선생님이 마음에 드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학생에게 발표를 부탁하였습니다. 선생님의 태도는 상냥했고, 발표의 기회를 얻은 학생은 기분이 좋아 보였습니다. 그러다 수업의 마지막 즈음 동일하게 한 학생에게 발표를 요청하였더니, 어떤 학생이 ‘쟤는 아까도 발표 했었는데…’라는 다소 불만섞인 혼잣말을 내뱉습니다. 마치 선생님에게 발표자로 선정되는 것은 선생님에게 인정받는 행위처럼 인식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수업이 끝난 후 이 장면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 전까지는 교사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행동의 대부분은 습관입니다. 본인 혼자서는 습관을 성찰의 대상으로 삼기 힘듭니다.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이기 때문이죠. 때론 이런 습관들은 자신의 목표실현의 장애물임에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기에 목표달성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목표를 축소하고 ‘이 정도면 됐지 뭐…’ 하고 현실에 안주해 버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교사가 지속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목표를 유지하며 끊임없이 목표에 가까워지기를 바랍니다. 따라서 수업을 잘 관찰해야 합니다. 그리고 좋은 증거들을 찾아야 합니다.

좋은 증거는 수업자의 목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수업자가 발견하지 못한 증거이면 더욱 좋습니다. 그러려면 수업자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수업을 하기를 바라는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학생이라면 수업 속 교사의 언행이 그러한 목표에 도움을 주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동시에 관찰하는 학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보아야 합니다. 수업 속에서 학생들은 말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학생들의 목소리만 들어서는 안됩니다. 모든 행위를 관찰해야 합니다. 무엇이 학생이 펜을 들도록 만드는지, 무엇이 학생들이 배움을 주저하게 만드는지, 무엇이 학생들이 마주한 장애물을 넘도록 도와주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때론 명확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어쩔 수 없이 추측이나 가정을 해야 합니다. 대신 추측(가설)을 사실과 구분하여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동일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사람들은 다른 추측이나 다른 가설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수업자에게 추측을 사실인양 이야기 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추측임을 밝히고 수업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묻는다면 수업자에겐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목표에 부합하는 증거

교사의 목표에 부합하는 수업 속 증거를 찾는 일은 즐거운 일입니다. 이를 나누는 것 또한 기분 좋은 일입니다. 수업자는 기대하지 않았던 학생들의 목표달성의 증거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고, 모든 학생이 배움이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심리적 만족감을 넘어 실제 수업자의 행동 변화로 이어지게 만들 수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사례 속에서 학생들의 경험을 촉진했던 요인이 발견되고, 그러한 요인을 증폭시킬 수 있는 교사의 역할이 존재한다면, 교사는 또 다시 도약할 수 있습니다.

한 수업에서 계산기를 사용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1인당 하나의 계산기를 나누어주기에는 계산기가 부족하여 2인 1조로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계산기를 써야 하는 복잡한 과제와 두 명에게 하나의 계산기는 자연스럽게 협력을 촉진했습니다. 한 명은 숫자를 불러주고, 한 명은 계산기를 누르는 행위로 자연스럽게 역할이 분배되었고, 숫자만 불러주던 학생이 어느 순간 왜 그런 계산을 하게 되는지 원리를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계산을 해보겠다며 역할을 바꾸고 훌륭하게 과제를 완수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수업자의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 수업자는 자신이 지금껏 과제를 개발하는 데는 노력했지만, 이러한 과제를 어떻게 학생들이 수행하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학생들이 협력하며 배우게 만들기를 바라며 과제를 개발했지만 협력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이는 수업자에게 단순히 협력하게 만드는 방법만을 강구하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여태껏 모둠활동을 제시했을 때, 학생들이 협력하지 않으면 학생들을 탓했습니다. ‘이 모둠은 서로 관계가 안좋아서 그래.’, ‘이 학생은 원래 혼자하는 학생이야.’ 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실제 수업의 성장에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몇 차례 자리를 바꾸고 개별 학생을 타일러 봐도 다시금 제자리 입니다. 타인의 행동은 강제해서 바꿀 수 없습니다. 바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협력이 가능하게 수업을 구성할까?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협력할 수 밖에 없게 될까?를 고민해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수업 자료, 그리고 수업에서의 나의 언행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 수업자에게 그러한 노력이 시작됩니다. 아마 학생들이 항상 기대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진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에게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면 ‘쟤는 원래 안해.’라고 생각하던 학생들의 변화를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목표에 부합하지 못한 증거

목표에 부합하지 못하는 수업 속 증거들을 모으는 일은 신중해야 합니다. 목표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스스로 내리고 그 장면을 기록하게 되기 때문에, 부정적 시선을 이미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시선은 객관적으로 수업을 바라보는 것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수업을 공개하는 목적은 교사의 성장이고, 목표와 실제 수업과의 괴리는 그만큼 성장할 수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선은 최대한 사실에 입각하여 기록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자료는 잘 처리할 수만 있다면 많을 수록 좋습니다. 

최대한 적되, 해석이나 평가를 배제하고 상황만 기록해 두시면 됩니다. 이러한 상황들은 협의회에서 모두 다루지는 않을 것입니다. 목표와 수업의 괴리가 너무 크다면 자칫 수업자를 좌절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수업자가 가장 고민되는 지점이나 가장 이루고 싶은 지점과 관련한 상황만 사용되게 될 것입니다. 어떤 상황이 적합하게 사용될지는 참관하면서 결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우선 증거를 많이 수집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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