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교과서는 보통 도형의 성질(삼각형의 성질, 도형의 성질), 도형의 닮음 순서로 전개되며 교과서에 따라 피타고라스 정리는 도형의 성질이나 도형의 닮음에 속해 있다. 이 중 삼각형의 성질을 주제로하는 중단원의 세부 흐름을 살펴보면 보통 이등변삼각형의 성질, 직각삼각형의 합동 조건, 삼각형의 내심과 외심 순서로 전개되어 있다. 잠시 학생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자. 학생들은 이미 이등변삼각형은 꽤나 익숙하게 여기는 도형이다. 그리고 직관적으로 이등변삼각형의 성질은 당연하다고 여긴다. 이 때, 이러한 성질을 ‘이등변삼각형의 성질’이라 이름 붙이며, 삼각형의 합동조건을 이용하여 정당화하길 요구받게 된다. 기억에 잊혀져가던, 단순히 외우기에 급급했던 삼각형의 합동조건을 힘겹게 사용하고 있던 중 새로운 합동조건을 부여 받게 된다. 그것도 직각삼각형에서만 사용가능한 합동조건을 배워야 할 이유조차 모른채 학습이 이루어지게 된다. 사실 삼각형의 성질 단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연역적으로 잘 정리되어 쓰여진 교과서의 흐름은 학생의 입장에서 배우기에 자연스럽지 못하고, 부자연스러운 배움의 누적은 수학을 멀어지게 만든다.
먼저 이등변삼각형의 성질이나 직각삼각형의 합동조건이 왜 필요한지 생각해보자. 각 요소가 그 자체로 중요하다고 여길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것보단 삼각형의 내심과 외심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입장에서 전면에 배치되어야 할 것은 삼각형의 중심이다. 예를 들어, 의자를 하나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지금 교과서의 흐름은 의자를 만들거라는 이야기는 전혀하지 않은 채, 나무는 무엇인지, 나무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톱은 무엇인지, 망치는 무엇인지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각 도구의 의미가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의자를 만들고 싶은지, 그러한 의자를 만들려면 어떤 역할을 하는 도구가 필요한지, 그러한 역할을 잘 수행할 도구들은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며 학습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삼각형의 중심을 먼저 다루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개념을 배우는 데, 그 시작은 낮은 문턱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학생이 수업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만들고, 서서히 학습에 젖어들어 최종적으로는 높은 수학적 사고를 경험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에 삼각형의 중심은 매력적인 소재가 되기에 충분하다. 세 지점(꼭지점이나 변)에 동일한 거리에 있는 점을 찾아 보는 것은 누구나 시작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소재가 될 수 있으며, 자신들의 방법에 대한 타당성을 주장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등변삼각형의 성질을 사용하거나, 두 직각삼각형이 합동이 되어야 함을 표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추가적인 정당화를 요구하는 것은 학생들이 높은 수준의 수학적 사고를 경험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삼각형의 내심과 외심 뿐만아니라 이등변삼각형의 성질과 직각삼각형의 합동조건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수업 준비를 시작할 때, 넓은 시야를 가지는 것은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시작이 된다. ‘이등변삼각형의 성질단원 수업을 어떻게 할까?’라고 고민하면 위와 같이 내심과 외심으로부터 수업을 전개해보려는 시도처럼 새로운 방식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적어도 수업 준비의 시작은 대단원, 혹은 단원도 넘나들며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삼각형의 중심을 떠올리다보니 닮음과 함께 배우는 무게중심이 떠오른다. 무게중심은 이미 다양한 활동과 함께 수업이 가능한 자료들이 개발되어 있어, 학생들에게 낮은 문턱을 제공하기에도 좋은 소재다. 따라서 삼각형의 중심(무게중심,내심,외심)을 하나의 주제로 묶어, 삼각형의 중심이라는 주제로 수업하는 것은 흥미로운 재구성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재구성이 가능할지 생각해보자. 삼각형과 내심과 외심을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이등변삼각형의 성질과 직각삼각형의 합동조건을 배우는 것처럼, 무게중심을 탐구하면서 자연스럽게 닮음을 배우는 것은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먼저 떠올랐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렇게 진행하기에는 이등변삼각형의 성질이나 직각삼각형의 합동조건에 비애 닮음은 그 자체로 수학적 탐구 가치가 크고, 학습해야할 양도 많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도형의 닮음을 학습하고, 삼각형의 중심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하여 다음과 같은 3개의 큰 중단원으로 중학교 2학년 도형의 성질과 도형의 닮음을 재구성해보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1. 도형의 닮음 2. 삼각형의 중심 3. 사각형의 성질
위와 같은 흐름으로 진행할 경우 아직 피타고라스 정리가 자리잡지 못했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나마 도형의 닮음에 속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직각삼각형을 가지고 적절한 과제를 개발하여 직각삼각형의 닮음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피타고라스 정리가 유도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면 기존 교과서의 피타고라스 정리의 애매한 위치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도형의 닮음으로 시작한다. 도형의 닮음도 마찬가지로 닮음을 정의하는 일에서 시작하지 않길 바란다. 대상을 축소 확대하는 경험이 유용함을 인식하게 하고, 축소 또는 확대가 유용하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수학에서 닮음은 교과서의 정의와 유사하게 정의될 수 밖에 없음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삼각형의 닮음을 학습한다. 평행선의 성질과 피타고라스 정리는 모두 삼각형의 닮음을 활용하는 과정으로 학습 순서는 상관없다. 하지만 학생들의 선행학습으로 인해 평행선의 성질은 좋은 과제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고, 피타고라스 정리를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만드는 적절한 과제가 개발되지 않아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이제 삼각형의 중심이다. 세가지 중심의 학습 순서는 크게 상관은 없어보이나, 다양한 탐구가 가능하고, 바로 앞에서 학습한 닮음과 연계되는 무게중심으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내심과 외심을 학습하되, 이 때 중요한 것은 내심과 외심의 탐구 과정 중 특정 도구가 필요해 지는 순간 그 도구를 살펴보게 하는 경험을 학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적절한 과제를 개발하는 것 뿐만아니라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과제에 집중하고, 의견을 교류하며,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만들어 줄 교사의 수업역량도 함께 키워나가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각형의 성질을 수업한다. 이 때, 다양한 정당화의 과정을 요구받게 된다. 이 때, 보통 학생들은 막막함을 느끼게 된다. 증명은 어렵고, 발견의 과정이라기보다는 주어지는 것을 외우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삼각형의 중심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보다 타당하게 만들기 위해 이등변 삼각형의 성질을 사용하고, 사용한 이등변삼각형의 성질을 담보하기 위해서 삼각형의 합동조건을 사용하는 등의 경험을 충분히 진행했다면, 사각형의 성질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정당화의 과정을 조금은 더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