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눈으로 수업보기'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지난 겨울방학 무지개학교 연수였다.
혁신학교에서 하는 것이 모두 '배움의공동체'를 활용하는 줄만 알았었는데 이런 방식의 수업보기 방식이 있다니 신기하게 생각하긴 했지만 '과연 아이눈으로 수업보기가 실제 수업개선 및 학교의 변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러다 새롭게 학교를 포두중학교로 옮기고 나니 이 학교에서 사용하는 수업보기 방법이 '아이눈으로수업보기'란다.
사실 어찌보면 아이에게 그 상황을 직접 물어보면 더 정확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는 듯한 문제상황에 대해
너무 오랜 시간을 선생님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려버리는 건아닌지, 그러한 판단으로 인해 오히려 더 학생에게 선입견이나 오해를 가지게 되진 않을지 등등의 우려도 있었다.
그런 우려를 가지고 처음으로 아이눈으로 수업보기 방식을 통해 수업을 관찰해 보았다.
벼리아이로 선정된 아이는 사실 나도 이 학생을 한시간 내내 관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아이이다. 벼리아이는 표정변화가 많지 않아 수업을 이해했는지 못했는지 판단하기가 가장 어렵게 느껴졌던 학생이었다.
문제를 풀 때 기초가 부족해서인지 자신감이 항상 없고 친구들에게 그런 점이 들킬까봐 쉽사리 먼저 물어보지도 못하는 듯한 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학과는 좀 다를 수 있는 사회시간의 모습을 보는 것이 의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전반적인 모습은 수업시간에 대답을 하는 횟수가 거의 없고 역시나 표정에서도 특별한 변화가 들어나지 않아(자주 웃을뿐) 학생이 배움을 이루었는지에 대한 판단하긴 힘들었다.
사실 수업 전반에 걸쳐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은 벼리아이의 모습을 어떤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지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되어갈지에 대해 궁금함이 생기게 되었다.
벼리아이의 행동을 분석해보고 학생에 대해 어떻게 지도해나갈지까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학생의 수업 중에 일어난 행동중에서 관찰하고자 하는 행동을 '손을 책상위에 잘 올리지 않는다는 것'으로 뽑고 그이유를 함께 이야기 해보기 시작하였다.
사실 처음에는 어찌보면 특별할 것 없는 행동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 학생의 어떤 면을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지만 의견을 나누는 동안 그동안의 벼리아이와의 관계속에서 나오는 선생님들의 대화들은 모두 소중한 것들이었다.
벼리아이의 행동이 벼리아이의 내적요인을 파악하게 하여 학습력 부족으로 인한 자신감의 결여로 나타난다는 결론에 이르고 결론에서 그치지 않고 학생의 입장에서 선생님들이 벼리아이를 위해 해야할 부분까지 이야기가 나아갔다.
벼리아이를 이해하고 벼리아이의 행동을 좀 더 허용적으로 받아줄 수 있는 마음가짐을 선생님들이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게 하는 협의회였지 않나 싶고 더 나아가서는 다른 학생들의 모습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키워줄 수 있을 것만 같다.
협의회에서 이야기 하던 중 과연 벼리아이가 이 수업에서 온전히 배움을 성취하였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의견은 분분했다.
사실 벼리아이의 발표나 대답을 거의 하지 않아서 판단할 수 있는 요소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학생이 실제 수업에서 배움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수업분석 방식은 학생 개개인의 내면을 파악하고 행동의 원인을 파악하여 학생 자체를 이해하는데는 매우 훌륭해 보이지만 그 학생이 수업에서의 배움의 여부를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부분에서는 배웠고 어느 부분에서는 배움에 어려움을 겪었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가져갈 수 있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