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왜 배워요?' 하고 묻는 아이들이 있다. 아마 이 물음은 '수학 너무 어려워요.'라는 말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표현일 것 이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이 겪는 이 어려움이 수학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과목보다도 논리적 사고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간단한 개념을 가지고 다양한 수준의 사고를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과목이다. 풀릴 듯 풀리지 않는 듯, 알 듯 모를 듯하여 사고의 깊이를 더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과목이다.
하지만 학교 수학이 과연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을까? 내 수업을 평가하더라도 '그렇다'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없다.
문제를 풀이하는 방법이 왜 그렇게 되는지를 이해하기 보다 방법을 암기하기에 급급하고
새로운 문제를 접하면 고민하기보다 반복을 통해 숙달시키기에 바쁘다.
그렇다 보니 '수학을 잘 하는 것'='문제를 잘 푸는 것'이 되어 버렸다. 실제로 중요한 능력이
그저 문제를 잘 푸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의 문제상황을 수학적으로 변환하고
수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해결하고, 해결 결과를 다시금 실생활에 맞게 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위한 교육을 하기에 나의 역량의 부족을 느끼고 진도의 압받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나의 고민이 가장 깊어지는 시점은 각 단원의 마지막에 나오는 활용부분을 수업할 때 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아이들은 너무나 큰 어려움을 겪는다. 평상시 간단한 문제를 풀 때 적극적으로 서로
협력하던 아이들이 자신이 풀기 버겁게 느끼는 문제를 만나면 협력하는 모습도 사라져 버리곤 한다.
그래서 동료 선생님들에게 공개할 수업을 부등식의 활용 단원으로 선택하였다.
교과서에 나와있는 활용 문제가 아닌 아이들이 관심을 보일만한, 아이들의 삶에 의미가 있을 만한 소재를 고민했다.
그러던 중 올 해 새롭게 이동통신사에서 출시한 데이터전용 요금제가 떠올랐다.
스마트이 보물이 되어 버린 아이들에게 흥미로운 소재가 될 것 같았다.
다소 어렵고 복잡해지더라도 실제 요금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이들의 몰입도를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장 사용자가 많은 SKT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기존 요금제와 새로 출시한 요금제를 비교하여 학습지 초안을 마련하였다.
마련된 초안으로 주변 선생님들 몇 분과 학습지 검토하는 시간을 미리 가졌다.
공교롭게도 모두 인문계열 선생님들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 장점인 듯 했다.
학습지를 만들면서 아이들이 어려워 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을 많이했다.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학습지에 제공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건 분명 나의 입장에서 노력한 것이었다.
아이들의 눈으로 학습지를 바라보기엔 수학전공자가 아닌 인문계열 선생님들의 눈이 더 적합했다.
학습지의 배치, 문장의 배열, 답을 쓰는 칸의 공간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도 아이의 입장에서
학습에 방해되는 요인을 찾아주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많은 대화가 오갔고
그 대화속에서 수업을 준비하면서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수업 종이 울렸음에도 정돈되어 있지 않은 교실을 보며 걱정이 되면서
한 편으로 수업공개에도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들을 보며 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다소 어수선함 속에서 수업이 시작되었다.
학습지를 받아들고 함께 묻고 답하면서 물음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학습 자료로 선정한 스마트폰 요금은 대체적으로 아이들에게 흥미를 끌만한 소재였던 것 같다.
평소 수업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몇 몇 학생이 수업의 흐름을 이끄는 데 주된 역할을 해 주는 모습이 놀라웠다.
그 학생 덕분에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수업에 임할 수 있었다.
스마트 폰 관련 학습지를 풀고, 활용 문제 4문제가 제시된 학습지를 추가로 제공하였다.
수업을 통해서 상황을 수식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길 기대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수식으로 표현하기를 어려워했다.
문제의 해결이 식을 통한 해결이 아니고 대입에 의존한 해결인 경우들이 많이 보여 아쉬움이 남았다.
그렇게 문제를 풀다 수업을 마쳤다. 몇 몇 학생들은 수업 끝 종에도 몰입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잘 풀리지 않고 어려움 지점을 쉬는 시간을 이용하면서 나에게 질문을 던지며 해결하려 했다.
질문을 하여 도움을 주고 있는데 이미 그 문제를 대입을 통해서 해결한 학생이 물끄러미 바라보며
자신은 답을 맞췄다고 으쓱해 있었다.
질문한 학생은 나의 도움을 조금 받아 스스로 부등식의 해를 바르게 구하고 기뻐했다.
그렇게 문제를 풀었다는 성취감을 느끼는 학생들을 보면서 미소가 흘러나왔다.
아마 문제가 너무 쉬워서 생각 없이 답을 구할 수 있는 문제였다면 아이들은 이런 성취감을 느끼지 못 했을 것이다.
문제가 어렵다고 스스로 판단했을 것이고,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긴 시간 끙끙대며 풀었기에
맛 볼 수 있었던 성취감이었다. 아마 이게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수업을 참관해주신 선생님들과 모여 앉았다. 협의회의 순서가 몇 번 하지 않았음에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각 단계에 맞는 대화를 나누었고 각 단계마다 모두 의미있는 대화들이 오갔다.
아이들 가까이에서 수업하려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수업속에서 내가 보지 못한 장면들이 넘쳐났다.
나를 불렀음에도 찾아가주지 못한 아이도 있고, 친구들과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
기초 연산조차 힘든아이들에게 도움이 손길이 모두 뻗치지 못 한 장면들을 다른 선생님의 눈을 통해서 보았다.
다른 선생님들의 눈을 통한 아이의 모습은 새로운 면이 많았다.
평상시 선생님들의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그대로 느껴졌다. 다른 수업 및 학교 생활 속에서의 아이의 모습을 전해 들으면서
오늘 내 수업 속 아이의 모습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애틋한 마음이 들기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아이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나에게 많은 숙제가 남겨졌다. 기초기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친구들과의 협력에서 다소 소외되어 잇는 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나의 수업 형태에 가장 적합한 자리 배치 및 교실 환경 구성은 어떠할지,
수식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대입을 통해 활용을 풀어가는 학생들을 하나의 과정으로 보고 기다려주어야 하는지,
아이들의 성취수준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상대적으로 이해가 느린 학생에 대해 배려하는 수업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등
앞으로 수업 속에서 내가 해야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나의 성찰과 주변 선생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변해가는 나를 만나기를 소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