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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3/일반

갈등은 행복이다.(수업나눔 후기(국어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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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은 행복이다.

 

   5교시를 마치는 종이 학교에 울려 퍼졌다. 6교시의 수업은 컴퓨터실이니 미리 가서 준비를 해야지 하고 가는데, 우리 반 아이들이 달려온다. ‘어디로 가야 되요?’ 하고 묻는다. 속으로 무슨 소리지?’ 하고 생각했다. 아차! 오늘 우리 반 아이들 5명이 인근 고등학교로 체험 학습을 가는 날이었다. 미리 컴퓨터실에 가서 수업지도안도 읽어보고 어떻게 수업이 이루어질지 생각해보려 했는데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이미 수업이 시작해 버렸다.

   수업을 볼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컴퓨터실에 들어서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우리 학교의 컴퓨터실의 구조는 매우 독특하다. 칠판을 보고 앉도록 설계되지 않고 칠판을 옆에 두고 앉도록 되어 있다. 무슨 의도일까? 아이들을 잘 감시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구조인가 싶어 씁쓸하다. 실제로 학교의 컴퓨터실은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감시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 놓는다. 자리배치나 거울을 활용한 감시방법부터 최근에는 학생들 컴퓨터를 교사가 확인하고 통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까지 있다. 수업 중 아이들이 다른 일에 빠질 거라는 강한 믿음이 만들어 낸 어른들의 무기들이다. 왜 우리 교육은 항상 문제를 통제하려는 방향으로만 생각을 하는가? 이러한 통제가 과연 아이들이 과제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데 효과적인 방법인가? 오히려 어떻게 하면 몰래 다른 일을 할 수 있을지 연구하도록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싶다. 교사가 해야 할 일은 과제가 아이들에게 의미 있도록 구성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같은 학습과제를 가지고 수업을 하더라도 아이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하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가지고, 수업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성장함을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다른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데 주목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만드는데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국어 수업은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다. 설문조사를 직접 컴퓨터로 작성해보고 그 결과를 즉각적으로 확인해보면서 학급 친구들의 의견이나 생각을 자연스럽게 공유되게 만들었다. 갈등이라는 주제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 친구들에 생각에 대한 발표자의 해석이 돋보이는 수업이었다.

   갈등이라는 주제 속에서 친구들과의 관계, 선생님들과의 관계를 설문조사를 통해 풀어내는 수업의 구성이 아이들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었고, 설문조사를 실시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설문조사의 통계분석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설문조사를 하는 것이 아이들에겐 더욱 의미 있는 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리곤 학생 중 한 명이 나와서 설문결과를 보고 각 문항별 결과분석을 통해 발표자의 생각이 또 한 번 공유될 수 있었다. 결과 분석화면의 글씨들이 생각보다 작아 뒤에 앉은 아이들에겐 잘 보이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러한 아쉬움을 선생님은 뒤에 앉은 학생들은 앞에 앉아서 봐도 좋다며 아이들을 앞으로 이끌었다. 나에겐 이 메시지가 친구들의 발표를 경청하는 것은 매우 중요해. 한 명도 빠짐없이 친구의 발표에 귀를 기울여주렴.’ 하고 이야기 하는 듯이 들렸다. 그러자 아이들은 귀를 기울인 채 친구의 발표를 듣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의 집중이 끝까지 이어지기에 역부족인 학생들이 있었다. 선생님은 발표의 중요함을 언어적, 비언어적으로 충분히 표현했지만 아이들의 발표가 다른 친구들을 지속적으로 몰입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발표자의 해석과 설명이 있었지만, 그 보다 서술형 응답을 읽는 발표의 형태에 치우쳤다. 이 수업에서 추구하는 목표가 친구들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설문을 분석하고 해석하고 평가하는 능력에 방점을 찍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발표하는 학생들이 친구들 앞에서 즉각적으로 자료를 해석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발표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발표자의 발표를 수동적으로 들으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몇 몇 학생들의 모습은 아쉬울 수 밖에 없다. 발표자의 경험이 모든 학생이 경험해야 할 소중한 학습목표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현실적으론 모든 학생이 발표의 기회를 가질 수는 없다. 그나마 두 가지 정도의 대안은 존재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발표자가 설문의 내용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발표에서 자신의 생각을 더 많이 이야기 하는 발표가 되어야 한다. 분명 교사는 이러기를 강조한 수업이었다. 하지만 설문결과를 스스로 분석할 시간을 가지지 못한 학생이 즉각적으로 교사의 기대에 부응할 수는 없다. 발표자가 미리 지정이 되었던 만큼, 통계 결과를 미리 볼 수 있는 권한을 학생에게 부여하고 다른 친구들이 설문을 마무리 할 때까지 발표자는 미완성된 설문 결과이지만 그 결과를 스스로 분석하는 사고과정을 거치면 어땠을까 싶다. 두 번째는 앞에서 하는 발표가 아니라 짝꿍 혹은 모둠에서 서로 각 설문 문항별 응답률을 보고 조금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전체 발표의 경험은 갖지 못하겠지만 수업 속에서 교묘히 벗어나려는 학생은 없어지지 않았을까?

​  이렇게 3종류의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발표하고를 반복하였다. 두 번째 설문에 대한 발표를 하던 중 수업 종이 울렸다.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려주어 교사 및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보조적인 수단이 이제는 종이 수업의 주인처럼 여겨지는 일이 자주 있다. 수업과는 상관없이 종에 반응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어느 학교에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아이들은 수업 종과 상관없이 수업 속에 그대로 있었다. 이는 친구의 발표가 이끄는 힘이었다. 친구의 발표는 종 소리에게 수업의 주인 자리를 되찾아 왔다. 하지만 이 후 일정이 있으므로 그리 여유롭게 진행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마지막 발표는 수x이의 몫이었는데 시간 관계상 선생님이 직접 진행했다. 학생 입장에서는 아쉬웠을 것이다. 발표자로 지목이 되자 수x이는 발표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자신의 노트에 발표할 내용을 적어가면서 발표준비에 몰두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비록 시간이 부족해 친구들 앞에 서진 못했지만, 발표를 기다리면서 준비하는 그 과정도 충분히 의미 있었을 것이다.

  수업이 실제 수업의 주인이 되었던 수업은 선생님의 마무리로 끝이 났다. 한 학생의 갈등에 대한 설문 응답이 기억에 남는다. ‘나와의 갈등은 행복이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기 때문이다.’ 수업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수업 속에서 항상 갈등을 겪는다. 그 갈등 속에서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끼고 그러한 갈등과 선택 속에서 변하고 성장할 수 있음을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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