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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3/일반

혁신학교에서 수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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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수업을 하고 싶은 마음은 교사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런 열망이 강했고, 포두중학교에 들어오기 직전 해에는 지역에서 배움의 공동체에 대해 공부하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포두중학교에 오게 되었고, '아이 눈으로 수업보기' 방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교사는 객관적으로 학생의 행동을 바라보고, 그 행동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생에게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학생들은 수업 중 어떤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지, 그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도움을 주는 것이 가능한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나 전문연구자의 지속적인 코칭 없이 교사들끼리 이 방법을 통해 수업협의회를 지속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방법들에 대해 알아보았고, 수업협의회를 교사가 성찰할 수 있는 과정으로 만들어 주는 수업 나눔을 적용해 보게 되었습니다. 모든 과정이 그러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교사가 자신의 수업을 제대로 성찰하기 위해서는 수업의 장면을 직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한 직면을 수업친구가 도와주어야 하죠. 그런데 수업 나눔에 참여한 교사들이 직면할 수업 장면을 선정하는데 개인의 판단이 자연스럽게 섞이게 됩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수업에 어긋나는 장면들이 직면 대상의 수업 장면으로 선정되고, 이는 수업을 공개해준 선생님에게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그래서 수업한 교사는 여전히 공격받는 느낌이 들고, 이는 수업 나눔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그러다 보면 다시 예전처럼 칭찬일색의 형식적 협의회로 회귀할 위험이 있습니다. 물론, 훈련과 연습을 통해 판단 없이 직면을 도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업 나눔에 참여하는 모든 교사에게 이런 수준의 대화 역량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물론 배움의 공동체, 아이 눈으로 수업보기, 수업 나눔의 방법들을 학습하고 실천해보면서 교사로서 의미 있게 성장하였고 수업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지만, 동료 교사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게 되었습니다.

'좋은 수업 이란 무엇일까?'

누구나 좋은 수업에 대한 자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수업에 대한 길잡이가 되어줍니다. 하지만 수업을 공개하고 나누는 과정에서는 개개인의 좋은 수업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수업협의회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참관자가 생각하는 좋은 수업과 다르게 흘러가는 장면들이 눈에 거슬리게 됩니다. 심지어 수업한 교사가 의도한 것이고 스스로는 잘 진행되었다고 생각한 장면일지라도 어느 누군가의 눈에는 잘못된 수업장면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업을 나누는 과정에서는 '좋은 수업'을 다시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수업을 공개하고 나누는 본질적인 목표를 교사의 성장과 수업 질의 향상이라고 본다면, 수업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이 두 가지를 모두 성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조건들을 가지고 있다면, 좋은 수업이라고 합의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수업을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 교사는 수업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2.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3. 노력의 결과를 수업에서 실행한다.

4. 수업 후 전 과정을 성찰하고 새로운 과제를 도출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수업을 나누게 된다면 수업협의회를 진행하는 시기도 다양할 수 있습니다. 먼저, 수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수업 나눔을 진행해 볼 수 있습니다. 평소 수업에 대한 생각들을 동료들과 공유할 수 있고, 수업을 구체적으로 구상하기 전에 아이디어들을 공유하며 수업을 새로운 시각에서 구성해 볼 기회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수업을 실행하기 전에 나누는 대화이기 때문에 참여하는 교사에게 부담이 적고,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포두중학교에서는 모든 교사가 한 번씩 의무적으로 이 과정을 경험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고민지를 미리 작성하게 하고, 이를 공유하면서 수업과 학생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수업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공유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희망하는 교사의 수업을 함께 참관하고, 수업 나눔을 진행하였습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수업한 교사가 노력한 부분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개개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좋은 수업에 비추어 수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수업자의 고민과 그 노력의 결과로 수업을 바라봐주고 대화를 나누어줘야 합니다. 이번 수업에서 교사가 특히 신경 썼던 부분들이 교실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함께 살펴봐주는 겁니다. 교사의 의도대로 진행되거나, 혹은 의도치 않았지만 추가적인 효과가 발생한 경우도 있을 것이고, 의도와 다르게 반응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장면들을 수업한 교사의 시선에서 수업을 공유하고, 수업에 대해 수업자 스스로 성찰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이 과정 속에서 교사는 새로운 과제를 도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 걸음 더 성장하는 교사가 될 것입니다.

교사는 완벽할 수 없습니다. 대신 교사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혁신은 결과물이 아닙니다. 지속적인 고민과 성찰 속에서 성장하는 과정이 혁신일 것이고, 이는 수업 뿐 아니라 학교 교육과정 전체에 걸쳐 진행되어야 할 일이며, 이러한 과정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혁신학교로서 포두중학교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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