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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일반

수학하는 즐거움 수업공개 후기(이차함수 도입)

조회수 : 793

학교 밖 전문적 학습공동체 3번째 수업공개를 진행했다.

1학기 마지막 수업공개였다. 1년에 6차례. 한 달에 한 번 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흘러, 금방 금방 다시 준비해야 하는 압박이 조금 있었다.

그럼에도 수업을 나누기로 한 결정에 감사한다.

 

수학하는 즐거움 자료집을 완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자료를 만들다보니 미흡함이 많았다. 전체적인 수업의 흐림이나 아이디어에는 고민을 많이 했지만 실제 그 아이디어를 구현할 구체적인 과제에 깊은 고민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수업을 공개하기로 하고, 수업을 다시 준비하면서 부족했던 세부사항에 대해 고민하고 수정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무런 이차함수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그런 임의의 느낌이 더 내 목표에 부합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어떤 함수를 보아도 그릴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오히려 보다 복잡하고, 정말 임의의 이차함수라는 느낌이드는 것을 고르기를 원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고민하면서 좀 더 나의 목표를 보다 구체화시킬 필요를 느꼈다.

단순히 이차함수를 대입으로 그리기 어렵다는 생각만을 가지게 하기에는 아쉬웠다. 그리고 복잡한 이차함수가 자칫 계산의 어려움으로 오늘 하고자 하는 수업을 방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의 어려움을 최대한 없애고자 최대한 간단한 식으로 변경하였다. 

그리고 의도를 담기 시작했다. 1)과 2)의 그래프를 이용하여 그래프의 특징을 찾으며, x제곱의 계수의 역할을 알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꼭짓점과 그래프의 대칭에 학생들이 집중할 수 있게 만들기를 바랐다.

그래서 3)번의 그래프는 꼭짓점이 바로 보이지 않는 이차함수의 그래프를 택했다.

 

이차함수는 완벽하게 그릴 수 없는 그래프를 그래프로 표현하는 일을 시작하는 단원이라고 생각했다.

직선인 일차함수와 다르게 곡선인 이차함수는 완벽한 형태를 만들 수 없다. 그래서 개형을 그리는 것이고, 개형을 찾는데 꼭짓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대입만 하면서 이것을 찾을 수 없다.

이를 드러내기위해 4)그래프를 그리게했다.

꼭짓점이 포함되지 않은 일부의 그래프를 보고 어던 학생은 이차함수그래프가 아니라고 하기도 했고, 포물선이 아니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새 이치에 맞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일부만 그려졌다. 반쪽만 그려진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이차함수는 그리기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그리기 위해서 꼭짓점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함도 이야기 하고 싶었다.

이러한 어려움과 궁금증이 앞으로의 학습에 동기로 작용하길 바랐다.

 

이렇게 수업은 마무리가 되었다.

학생수가 16명인데, 참관하는 선생님들의 숫자도 동일했다.

참관하러 오신 선생님들에게 항상 부탁한다. 최대한 학생 가까운 곳에서 학생들의 반응을 살펴달라고.

그래서일까. 수업을 하고 나면 내 수업이 어떻게 진행됬는지 평소보다 인지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나도 모르게 시선이 분산되고, 의식되는 부분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수업의 잔상에 참관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남아 있으니, 그런듯 하다.

그러면서 평소보다 학생의 반응을 관찰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뒤에 모둠에는 발걸음이 미치는 횟수가 줄었던 것 같다.

 

그래도 괜찮다. 나의 부족한 시선을 참관하는 선생님들이 나 혼자 보는 것의 몇 배를 채웠으니.

수업을 보고 난 후 수업을 어떻게 나눌까에 대한 고민이 든다. 그런데 사실 이번엔 다른 일로 바빠 수업 후 나눔 방법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못했다.

선생님들의 모둠 배치도 랜덤하게 되어 있어, 모둠 내에서 특정 역할을 부여하며 원하는 방향으로 모둠내 토의를 이끌기도 어려웠다.

진행자가 따로 없는 상황에서 의미있는 수업나눔의 모습을 시연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편하게 선생님들이 수업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 수 있는 시간을 먼저 가졌다.

그리고 나서 그 시간동안 몇 가지 안에 대해 고민했다.

'의도에 맞지 않는 수업 장면'을 모둠별로 이야기 나누고 그 장면들을 토대로 의도대로 진행되니 않은 이유에 대한 의미있는 가설을 세워보게 할까? 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늘 수업은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비교적 의도에 맞게 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세부적으로 그렇지 못한 부분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은 지엽적인 주제로 흘러버릴것 같은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선생님들의 평소 수업을 보던 것처럼, 자신의 관점에서 수업에 대한 아쉬운 점을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그 아쉬움을 내 생각과 비교해보고 싶었다. 이러한 비교가 수업나눔의 의미를 선생님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선생님들의 아쉬운 장면이 나에게도 아쉬움으로 남을 수도 있지만, 때론 의도한 장면이고, 바라던 장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선생님들이 공감하며 수업자의 시선으로 수업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길 바랐다.

 

그런 내용들이 있었다. 참관자의 아쉬움이 나에겐 아쉽지 않았던 지점들.

'꼭짓점을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는데, 그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의견 -> 꼭짓점이 중요하지만, 개념적으로 잘정리하는게 중요하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꼭짓점이 직관적으로 확인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점을 찍으면 그게 자연스럽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꼭짓점의 용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오늘 하려는 수업의 목적에서 학생들이 이탈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어, 의도적으로 꼭짓점을 엄밀하기 정의하지 않았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꼭짓점이라는 용어가 아닌 그래프를 그리는데 꼭짓점이 가지는 역할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유형들의 그래프 식으로 모둠별로 다르게 주고 비고했으면 어떨까?' -> 이 의견에는 구체적인 함수식이 적혀있었다. y=ax^2, y=ax^+c, y=a(x-p)^2, y=a(x-p)^2+q, y=ax^2+bx+c 와 같은 꼴을 모둠에게 하나씩 제공하고 그려보게 하는 일이 어떻겠냐는 의견이었다. 다양한 함수식을 그래프로 표현해보면 더 잘 그래프의 특징을 이해하고, 추후 학습과도 연계가 잘 일어나리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의견은 내가 생각하는 이차함수의 배움의 목표와 일치하지 않았다. 특히 나의 고민은 y=a(x-p)^2의 그래프에 있는데, 이러한 식의 변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싶다. 결코 먼저 저 형태의 식을 주고 싶지 않다. 스스로 발견이 물론 어렵겠지만, 고민하는 시간을 먼저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y=a(x-p)^2, y=a(x-p)^2+q, 형태의 식을 학생들에게 예시로 주고 싶지는 않았다.

 

수업을 보면 이처럼 생각의 차이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 차이가 일반적으로 수업을 공개하고 나누기 어렵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을 볼 때 상대가 어떤 의도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수업을 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수업자의 행위의 목적을 밝혀주려는 참관자의 태도가 수업나눔을 가능케 만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로써 1학기에 예정된 수업공개가 모두 끝났다.

2학기에도 의미있는 시간들로 채워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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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06월 14일 대댓글

"수업을 공개하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발견하고 수정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학생들에게 더 나은 학습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이 감명깊네요. 끝까지 의도를 가지고 학습을 이끄는 모습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학생들과 함께 더욱 의미있는 수업을 진행하시길 기대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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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fkgnvm9 06월 17일 대댓글

재작년 처음 이 연수에 참여했을 때 제가 속해있던 모둠은 피터지게 축 평행이동의 지도 방법(설명 방법?)에 대해 어떻게 하면 쉽게 가르칠지 이야기 하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 때 박진환선생님께서 우리 모둠의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왜 이차함수 가만 있으면 될 것을 평행이동 시키는 거냐고 물어보셨습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y=ax^2+bx+c의 꼴이 이차함수라 함은 더 익숙할텐데 왜 하필 원점을 지나는 이차함수부터 시작해서 그렇게 옆으로 위로 평행이동하는 거냐고 하시며... 저는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한 채 교과서의 흐름대로 명확하고 쉽게, 이해시키는 데 주력했던 것입니다. 저는 그때 그 순간 제가 지금까지 왜 배우는지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가르쳤구나, 교과서 내용을 쉽고 정확하게 설명하면 그게 ‘잘 가르치는’ 것이라고 여기며 내 중심에서 가르쳤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때 이후 선생님들과 함께 공부하고, 이것을 저의 수업에서 실제 해보고, 고쳐 나가는 것이 참 즐겁고 뿌듯했습니다. 이번 이차함수 수업도 저는 페어덱이라는 거창한 프로그램으로 아주 복잡한 식에 분수까지 대입시켜서 애들을 이번에 괴롭게 했던거 같습니다. 제 의도는 이차함수 그리기가 얼마나 힘든지 고생좀 해봐라 였는데 분수 계산에 치중되서 함수 그리기 라는 본질은 어느새 저멀리 가있었습니다. 분명 조금만 더 깊게 생각했었더라면 학생들의 배움에서 느꼈을 불편함을 제가 알았을텐데 그것을 준비 못했던 아쉬움이 제 수업에서 있었는데 그부분을 박진환쌤께서는 다르게 수업 하시는 것을 보고, 우리 학생들한테 괜한 고생을 시켰구나.. 하는 반성을 했습니다. 수학을 연구하고 알아가는 기쁨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보이는 수업(여러 점을 찍고, 함수 모양을 추측하는 과정에서 하윤이라는 학생은 선행학습이 된 상위권 학생이여서 이 내용을 다 알고 있었음에도 선생님이 가져오신 구글을 입력하며 잼있다! 라고 하였음. 하윤이 바로 옆에 앉은 학생은 처음에는 수업안으로 들어오지 않다가 박진환선생님께서 했어? 하면서 개인지도를 하셨더니 갑자기 학습하기 시작함. 천천히 깊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질문들_분명 빨리 배우는 선행학습에서는 생각도 못했을 지점들을 짚는 질문)입니다. 과제를 주고, 학생들이 발견하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저는 참 어렵던데 선생님의 수업은 왜 다급함이 안보일까요?